ROE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주식일까
솔직히 저는 주식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ROE 수치 하나만 보고도 "이거면 충분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지표를 알았으니 그걸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믿음이었죠.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숫자 뒤에 얼마나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ROE(자기 자본이익률)란 기업이 주주로부터 맡은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계산식은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인데, 여기서 자본총계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수한 자기 몫의 자산을 의미합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실투자금 대비 임대수익률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워런 버핏이 씨즈캔디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투자할 때 ROE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이 약 2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주로 ROE 20% 이상의 기업을 선호했다는 추론은 자연스럽습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ROE 20%를 꾸준히 유지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제가 직접 네이버 증권에서 확인해 봤을 때도 15%를 넘는 기업조차 생각보다 훨씬 적어서 놀랐습니다.
문제는 ROE가 주가나 시가총액과 무관한 지표라는 점에서 오히려 함정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수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조작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당기순이익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본총계를 줄이는 것입니다. 당기순이익이란 영업이익을 포함한 모든 수익에서 비용을 뺀 최종 이익을 말합니다. 매출이 그대로더라도 연구개발비를 삭감하거나 인력을 줄이면 당기순이익이 올라가고, 그 결과 ROE가 좋아 보이게 됩니다.
자본총계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배당(Dividend)을 통해 합법적으로 자산을 외부로 유출하면 자본이 줄고, 분모가 작아지니 ROE가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배당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행위입니다. 배당이 늘면 투자자들은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라고 환호하지만, 실상은 매출 성장 없이 자본을 깎아 지표를 좋게 보이도록 만든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모르고 ROE와 배당수익률만 보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실망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꽤 많이 봤습니다.
ROE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 매출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가 (매출 성장 없는 ROE 상승은 의심)
- 당기순이익 증가가 영업이익 개선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자산 매각 같은 일회성 이익인가
- 배당이 낮으면서도 ROE가 높게 유지되는가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
아프리카TV가 ROE 30% 이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수익이 나는 구조 덕분입니다. 반면 코웨이의 높은 ROE는 구조조정과 배당을 통해 자본을 쥐어짜는 방식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배경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ROE만 보고 투자 시점을 잡을 수 없는 이유
솔직히 이건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ROE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그럼 지금 사면되겠지"라는 결론으로 바로 넘어갔던 겁니다. 하지만 ROE는 기업의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이지, 언제 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몰랐을 때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치렀습니다.

PER(주가수익비율)도 마찬가지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시장이 그 기업의 이익을 얼마나 비싸게 사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ROE와 PER을 함께 본다는 건 기업의 수익 효율성과 시장의 기대치를 동시에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지표가 좋다고 해서 지금 당장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ROE가 꾸준히 좋은 기업도 주가가 1~2년씩 횡보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단기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더멘털(기업의 재무적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ROE·PER·매출 성장률·부채비율 등이 포함됩니다)이 종목을 1차로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실제 매수 타이밍은 주가 흐름, 즉 추세와 모멘텀을 봐야 합니다. 모멘텀이란 주가가 특정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이려는 힘을 의미하며, 상승 추세인지 하락 추세인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단순히 차트만 보고 매매하는 것과 ROE만 믿고 들어가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기준에만 기대는 태도 자체가 안이하다는 것이죠. 그 사업이 앞으로 시장이 계속 커질 분야인지, 동종 업계 대비 경쟁 우위가 있는지까지 함께 판단해야 비로소 투자 근거가 완성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 비중은 전체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출처: 한국금융연구원).
이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가 중장기 펀더멘털보다 단기 가격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럼에도 ROE 같은 기초 지표를 전혀 모른 채로 차트만 보고 매매하는 것은, 체력도 모른 채 경기 일정만 보고 선수를 뽑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표를 공부했든, 어떤 유명 투자자의 전략을 따라 했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돈이란 가족의 생활, 미래의 선택지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식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그 지식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지혜는 본인이 직접 경험하며 쌓아야 한다고, 제가 직접 겪어보며 그렇게 느꼈습니다. 참고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에서는 주요 재무 지표의 개념과 기업 공시 자료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ROE는 분명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닙니다. 숫자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지표가 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전문가 상담과 본인의 판단을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ROE 제대로 공부하자(가짜 ROE에 속지 말기) https://youtu.be/8F_AU0denLc